김민선 美한인이민사박물관장 인터뷰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요즘 미국에서 한국과 관련한 두가지 뜨거운 이슈가 있다. 아시안증오범죄와 코로나백신이다.
지난 3월 아시안증오범죄로 애틀랜타에서 4명의 한인여성이 숨지고 이후 뉴욕과 LA 등 주요 도시에서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라 큰 충격을 주었다. 모국에선 코로나백신 공급 문제로 집단면역 계획에 차질이 생겨 전전긍긍(戰戰兢兢) 했다.
이 두가지 위기를 해결하는데 뉴욕의 한인여성 지도자가 막후에서 크게 기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이다.

김민선 관장은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걸쳐 ‘최초’, ‘유일’의 기록을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다. 여성 최초로 뉴욕한인회장을 두차례 역임했고, 최초의 한인이민사박물관을 설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대통령 선거권을 가진 뉴욕의 유일한 아시안 광역대의원(민주당)이고, 8년째 뉴욕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인권국장까지 맡고 있다.
김민선 관장은 맨하탄에서 아시안에 대한 ‘묻지마 폭력’이 빈발해 위기감이 높던 지난 4월 1일 32가 한인타운에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을 불러 모아 ‘아시안증오범죄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한인타운에서 주류 미디어가 주목하는 정치인들의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랠리엔 민주당의 흑인 정치인 그레고리 믹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과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 톰 수오지, 캐롤린 멀로니 연방 하원의원과 존 리우 뉴욕주 상원의원 등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아시아계를 포함한 소수집단에 대한 증오범죄는 용납할 수 없다. 아시아계가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방과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집회 이후 의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상원에서 94대 1, 하원에서 364대 62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즉각 법안에 서명해 연방법으로 법제화시켰다. 한인사회가 아시안 증오범죄 반대법안의 불을 선도적으로 지핀 것이다.
한편 모국에서는 코로나백신의 초기 수급과 일부 부작용 문제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擴散) 되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 일부 등 코로나사태로 홍역을 치른 나라들이 빠르게 접종률을 높이고 있는데 반해 방역모범국으로 평가된 모국이 예기치못한 어려움을 겪자 재미한인 지도자들이 발빠르게 나섰다.
그중에서도 김민선 관장은 유력 정치인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했다. 5월 11일 톰 수오지 연방하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에 서둘러 백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도 백악관과 국무부 앞으로 별도 서한을 보내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촉구했다. 두 의원이 긴급 서한을 보낸 배경엔 바로 김민선 관장이 있었다.

김민선 관장은 이화여대 기악과(바이올린 전공)를 졸업하고 80년대초 미국에 유학을 왔다. 1992년 뉴욕주 앨벗슨에 예술전문학교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를 설립했다. 롱아일랜드학부모협회장을 지내며 한인사회 민족교육과 정치력신장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지난 10년간 뉴욕한인회 이사장과 회장, 낫소카운티 인권국장, 민주당 광역대의원 등 주류 정치계에까지 활동폭을 넓히며 한인사회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김민선 관장을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 사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인이민사박물관을 세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롱아일랜드학부모협회장을 맡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부모들과 여러 행사를 하면서 왜 우리가 사는 미국에 번듯한 이민사박물관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준비를 2013년부터 시작했고 이듬해 박물관 법인을 설립했다. 뉴욕 한인회장 취임후 이사회에 한인이민사박물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건 누가 해야할 일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할 사업이니 한인사회 전체 프로젝트로 삼자고 제안했다. 34대 한인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돼 범동포 차원에서 추진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뉴욕한인회관에 그 첫 공간을 만들게 됐다.

한가지 문제는 한인회관과 함께 공유하다보니 사실 벽면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민사박물관 캠페인을 하면서 한인사회에서 소중한 자료들 유물들을 기증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전시할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상당분을 웨어하우스에 보관하고 있는데 소중한 자료들을 제대로 전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6층 건물인 뉴욕한인회관을 재건축하여 박물관의 독립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뉴욕한인회장 재임중에 ‘미래관’을 만들어 ‘청사초롱’ 이름의 28층 모형도 만들었다. 얼마전 박진의원이 박물관에 와서 이 조감도를 보고 아주 인상적이라는 얘기 하더라. 청사초롱은 누군가를 따뜻하게 맞이할 때 환영하는 전통상징물이기도 하다. 맨하탄 24가의 한인회관이 새롭게 개발되면 32가의 뉴욕한국문화원과 파크애버뉴의 뉴욕총영사관까지 연결하여 맨하탄 중심에 우리 한인사회를 잇는 트라이앵글 존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 박물관 초기 ‘평화의 소녀상’을 유치할때 일본의 방해가 굉장했다고 들었다
“정말 스토리가 많다. 일본에서 엄청난 방해 공작을 했다. 소녀상을 한국에서 들여올 때 일본대사가 한국과 일본간의 역사이슈에 미국이 관여하면 안된다고 압력을 넣어서 JFK공항에 묶여 있었다. 긴급히 캐롤린 멀로니 연방하원의원에게 이것은 여성인권문제다라는 점을 강조해 풀수 있었다. 또 소녀상을 연방하원 의사당에 최초로 전시하는 계획도 세 번이나 취소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폴 브라이언 공하당 하원의장이었는데 일본에서 로비스트들이 달라들어 연방의사당에 소녀상을 전시하면 미일관계에 악영향을 줄거라며 엄청난 로비를 했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일로 세 번째로 전시 취소됐을 때 너무 화가 나서 ‘미국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 이상을 꽃피운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미국시민으로서 너무 실망스럽다. 전세계를 대표하는 미 의회가 고작 일본이 그리도 두렵냐?’고 정치인들에게 항의했다. 결국 낸시 펠로시 의장이 멜로니 의원에게 연락해서 뉴욕의 소녀상을 워싱턴 연방의사당으로 새벽에 기습적으로 출발시키고 경찰력도 두배로 늘려서 전시에 성공했다. 다행히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서 2차대전중 여성인권문제를 돌아보게 되고 일본이 진지하게 사죄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킬수 있었다.”

- 아시안 증오범죄로 화제를 돌려보자. 올 봄 아시안 증오범죄가 아주 심각했는데
“한인여성들이 애틀랜타 총기참사로 희생되고 뉴욕에서도 범죄피해가 잇따라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척 슈머 연방 상원 원내대표와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 탐 수오지, 캐롤린 멀로니 의원 등에게 ‘다인종국가인 미국이 성장 발전하고 세계 리더가 되는 원동력은 그 다양화에서 나오는 힘이다. 특정인종을 공격하는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아시안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증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한인사회에서 이같은 대규모 집회를 사상 처음 열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맨하탄 차이나타운에서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32가 한인타운에서 해야한다고 고집해 관철했다. ABC NBC CNN등 많은 주류언론들이 취재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 척 슈머 의원이 아시안증오범죄 반대법안이 가장 빠른 기간에 상원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였고, 바로 2주후에 모든 정치인들이 다시 같은 장소인 한인타운에서 연방 상원에서 아시안 혐오범죄 방지법안이 통과되었다고는 발표를 할 때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아시안 문제하면 중국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한인타운 유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헤이트크라임(증오범죄)의 경각심을 높이는 행사가 한인타운에서 열리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한인사회가 중국 커뮤니티보다 인구가 적지만 오늘의 정치력은 그렇지 않다. 92년 LA폭동때 우리 한인사회가 아무 잘못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때 정치력 신장(伸張)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메리칸 드림은 돈많이 벌아 좋은 집 사고, 자녀들 좋은 학교에 보내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국땅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한번 실수하지 두 번 실수를 범하는 어리석은 민족이 아니다. 우리 인권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것을 자각했고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해서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한인사회는 미국내 소수계중에 가장 엘리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과거엔 우리가 당해도 아무도 도와줄 미국 정치인이 없었지만 현재는 앞다퉈 참여한다. 우리 한인들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우리의 현주소가 이만큼 된 것이다. 나 자신은 물론 후세들에게 우리도 이렇게 할수 있다는 것,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름 자긍심(自矜心)을 느낀다.”
- 민주당 광역대의원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민주당 대통령 선거인단은 각 주에 AT LARGE 광역 대의원과 일반 대의원이 있고 또 그안에 Crudential Commitee는 총 18인인데 아시안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랐다. 제이 제이콥 뉴욕민주당 의장이 작년에 귀뜸을 해주었다. 본래는 낫소카운티장이 들어가야 하는데 로라 커런카운티장의 추천으로 내가 영광을 안게 되었다. 한인사회의 파워증진에 일익을 맡는다는 나름댜로 책임감을 갖고 수락하였다. 막상 중앙당에 들어가보니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선거를 통한 정치인 배출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중앙당에서 활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 유력 정치인들이 백악관에 코로나백신 공급에 관한 편지를 보낸 배경을 들려달라
“사실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 못했고 뉴욕주도 준비가 너무 안되서 초기에 타격이 너무 심했다. 시신들을 냉동트럭에 안치하다가 나중에 감당 안되서 센트럴팍에 구덩이를 파서 매장하는 일도 있었다. 세상은 공짜로 되는 일이 없다. 내가 사는 커뮤니티가 어려울 때 우리 한인사회가 나서서 돕는다면 나중에 코로나가 끝났을 때 한인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고 유리하게 작용할까 싶었다. 당시 장원삼 뉴욕총영사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장대사는 그러쟎아도 뉴욕주,시에서 도와달라고 요청이 오는데 한인사회에서 나서는 이들이 없어 고민중이었다며, 외교관인 공관장이 직접나서서 하기 힘든 부분도 있으니 공조하겠다고 흔쾌히 수락하였다.
한국에서 쌍방울 구자권 부회장, Pactra International 최기태 회장님께 도와달라 요청하여 이분들이 우방인 미국을 돕겠다며, 바로 약 30만불어치의 물품을 보내주었고 장대사님, Absolute NY 김현중회장, Lucky Supply 신범조 회장, 정영인 터보회장, Long Island Conservatory 재단 이사단, 박물관 이사들이 힘을 모아주었다.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결국 쿠오모 뉴욕주지사에 22만불,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에 30만불 상당의 PPE를 한인사회 이름으로 기부할수있게 되었다. 뉴욕시장이 방송 9시 뉴스에서 한인사회에 고맙다는 말도 했다. 뉴욕주지사는 장원삼 총영사에게 감사 서한을 보내주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올 신년 인사할때도 뉴욕시가 가장 힘들었을 때 한인사회에서 그 어느 커뮤니티보다 먼저 PPE기부로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말을 동포사회에 전하더라.”

- 미국이 정말 어려울 때 도와준게 큰 정말 큰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4월에 연방의원들에 한국이 아주 어렵다 백신문제로 한국정부가 힘들어한다는 내용을 연방의원들과 상의했다. 미국 입장도 물론 많은 곳에 줘야하지만, 우방이니 인도태평양 안보 중요성에 대해 말로만 할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잡는게 중요하다며, 이럴 때 백신외교를 해야한다고 제안했고 의원들도 공감했다. 그레고리 믹스, 톰 수오지, 캐롤릴 멀로니 의원이 백악관과 블링큰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사실 미국은 국민들이 100% 맞기전엔 해외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코로나 팬더믹으로 어려울 때 한국이 도운 것이 미국이 강조하는 동맹가치에 어필한 것이다. 결국 백악관에서 ‘연방의회에서 요청하니 어떻게 한국에 줄것인가 그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이 왔다. 앤디김 연방의원도 해리스 부통령과 면담할 때 이야기를 했는데 ‘맞다. 한국을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서로 공조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제를 최우선으로 백악관 백신 디스트리뷰트 커미티와 진지하게 진행해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잘되어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조국에 도움이 되었으니 기쁘다.”

- 한국에서도 이번 일로 미주한인동포들을 재평가하게 된 것 같다
“고국에서도 코리안아메리칸을 해외로 이민간 이방인(異邦人)으로 생각하지말고 재외국민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각 나라에서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글로벌한 네트워클 구축하고 있는 750만 재외동포들을 한국인으로 끌어안으면 대한민국 외교역량이 엄청나게 커진다. 재외동포청도 생기고 플랫폼 국가가 되어 제약없이 해외 동포사회의 엘리트 파워를 체계적으로 활용, 지원해나가야 한다. 뉴욕한인회장 시절 한인이민사박물관을 추진할 때 한국에서 세계한인회장단 회의가 있어서 갔다. 700여 한인회장 모였을 때 이민사박물관을 얘기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도움을 주겠냐는거다. 속도 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해외동포 750만은 하나의 도가 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예산이 20~30만명 시에 해당되는 500억이다. 고국에 가서 해외동포 지원 얘기를 하면 구걸하는 것처럼 취급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매번 돈달라, 지원해달라 요구만 하는것도 그것도 잘못된거다. 해외 각 지역에서 대한민국 민간사절단으로서 우리도 준비가 되어야한다. 스스로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한국정부도 해외 동포들을 끌어안으려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포들은 거주지의 시민이자 유권자들이다. 미국정부와 한국정부의 브릿지 역할을 우리 동포들이 할 수 있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힘을 키우고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니지만 조국을 늘 생각하고 역량도 발휘할 수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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