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압박 얼마나 견딜까”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내용을 평가하려면 먼저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전반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진영의 대표자로서 집권했지만 그의 경력은 먼저 공권력을 잡은 자들의 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로서 시작되었으며 이후에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을 구속 기소한 검사였다. 그리고 검찰총장에 취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 중 이와 유사한 부패 사건들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을 사임하고 정치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그로 하여금 보수진영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례 없는 흑색선전(黑色宣傳)이 난무한 가운데 치러졌고 0.73%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초기조차도 지지율은 약 50%에 그쳤고 2022년 11월부터는 25-35%를 맴돌고 있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은 보수당인 국민의 힘 내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었고 자기 사람을 당 대표에 앉히는데 성공했지만 야당은 여전히 강력하다. 예를 들어 여당 지지 성향의 코리아타임스조차도 민주 진영과 마찬가지로 그의 정책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까지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협치(協治)를 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책 노선을 시행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는데 매우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보수진영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연합하면 민주당 측은 2016년 상황과 동일하게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데 필요한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여 대중을 소요로 몰고 갈 수 있는 큰 구실이 생길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바로 언급할 사실은 한국의 정권교체로 러시아에 이득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가치관에서 보면 민주 진영도 역시 친미 정책을 지향하고 있으며 민주 진영의 이데올로기 중에서 작은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반미주의는 민주 진영 지도층의 지시에 따라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리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러시아 특별군사작전 반대 시위도 주로 민주 진영과 관련된 비정부기구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남북 화해를 지지하는 민주 진영에게는 남북 화해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 미국과 합의가 있고 원하는 경우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희생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반대로 여기에 완전히 역방향이다. 공식적으로는 남북 관계 해결 구상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이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북 제안을 그대로 재탕한 것이다.
즉 “먼저 북한이 완전히 그리고 검증할 수 있게 비핵화를 해야하고 그 다음에 경제 원조를 대폭 제공한다(그러나 이도 불투명하다)”는 내용이 골자이며 2천년대에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며 눈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쇼로서 남북정상회담은 절대 없을 것이고 북한 ‘인권’을 위한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과 더 나아가 보란 듯이 강화하고 있는 대북 ‘확장억제(擴張抑制)’ 관련, 미국과의 협력은 북한을 매우 심하게 자극하고 있다.
실리적인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도 역시 실리적인 인물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 언론이 독설(毒舌)에 가까운 수사들을 더 많이 쏟아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온갖 듣기 힘든 별명들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대북 관계 악화로 인해 발생할 실제적인 손해는 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먼저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리는 없고 냉전과 같은 상태는 양측이 레드라인만 넘지 않으면 견딜만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별다른 것이 없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서는 방어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며 역내 긴장을 조성하기는 북한 미사일 발사나 매일반이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대로 자유로운 행보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는 것과 대북 관계를 맞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중대한 복합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것처럼 그들의 충돌의 희생물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균형 외교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말을 했지만 언론과 친정부적인 비정부기구들은 반중 기조를 고양(高揚)시켰고 이는 미국 쪽으로 선회하는 신호로만 간주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글로벌 전략적 동맹에 대해서 말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자국의 국익을 해쳐가면서 레드라인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충성스러운 미국의 가신(家臣)처럼 행동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미국의 반중 조치에 대해서도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경제 프로젝트에는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쿼드나 ‘파이브아이즈’ 또는 오커스와 같은 정치적인 동맹에는 참가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도 대통령의 말에서 사실상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편으로는 한국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러시아를 규탄하는 공식적인 발언을 했지만 다른 편에서는 최근까지 ‘비우호국가’ 중에서 가장 우호적인 한국 기업들의 목을 조르는 행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책 변경 측면에서 한국 정부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나토 사무총장을 직접적인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요청, 미국 국방부의 한국 정부 관계자 감청 관련 기밀문서 유출 부분을 상기할 수 있다. 이 유출된 문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누구 편이냐”는 식으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금지한 공식적 입장을 우회하도록 요구할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군사적 분쟁 상태에 있는 어느 국가에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했을 때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의 분위기가 그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완전히 추종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이슈”라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 변화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에서는 이 말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로 보도를 했고 이에 따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여러 정부 당국자들의 심한 반발을 야기(惹起)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기간 중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최종적인 손절(損切)은 일어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포함한 그의 공식 발언들이 러시아 우스갯소리에서 나오는 “불가리아 코끼리는 소련 코끼리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문구를 상기시킬 정도로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한국전 당시 한국의 운명과 비교했고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그후 대립을 격화시킬 새로운 조치들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 정부가 ‘명절 선물’로 미국에 선사하기 위해 채택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제재 품목 확대 조치조차도 금지가 아니라 수출 통제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예외적으로 특별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제공 문제는 의제가 아니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난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행위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어떤 세련이 옳지 않은 일을 한다”는 정도의 언사였다. 대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문구도 없었다.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는 대북 핵 억제에 관한 워싱턴 선언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새로운 사항이란 질적인 성격보다는 양적인 성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핵 기획에 관련된 한미 협의체가 창설되고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국에 더 자주 기항(寄港)할 것이며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참석할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횟수와 규모도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내에 미국의 핵무기를 상시 배치하는 형태의 직접적인 핵우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하면 강력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고 경국은 북한 정권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성 발언은 미국 대통령들이 예전에도 늘 비슷한 말을 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화염과 분노”를 약속했고 오바마, 심지어는 클린턴도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방미 결과를 보자. 북한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무능하고 못난 인간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는 북한을 괴멸시키기 위한 한미협력을 비난하고 그런 일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전형적인 강경한 담화였다. 러시아와 중국도 워싱턴 선언이 남북간 긴장뿐 아니라 역내 긴장을 높이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정치의 반응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및 문화 협력에서 다수의 성과를 내었지만 야당은 적극적으로 방미 성과를 비판했다. 여당 측에서는 그리 환호하는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고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이 과도하게 친미노선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난이 상황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간 하락했다가 30% 수준에 머물렀다. 국가의 위신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명백한 양보는 없었으니 이런 비난으로 지지율을 급강하시키려는 민주당의 카드는 그리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중기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수단 방법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한국에 대해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니 한국 대통령이 한 번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정책 변경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도록 강요하기 위해 조작극(造作劇)을 벌일 위험이 있다.
두 번째로는 약간은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이제와서는 순전히 가설(假說)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즉 미국이 그들에게 필요한 문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양보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을 해서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권 전복(顚覆) 가능성에 같이 동참하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한국의 국내 정치는 아주 흥미진진한 연재 드라마로서 남는 것은 분명하다. 이 한국의 국내정치라는 드라마는 미국의 정치스릴러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나 톰 클랜시의 소설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생방송’ 드라마이다.
글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 | 러시아 카운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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