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한러 국제학술회의 개최
한양대에서 지난달 22일 한러 국제학술회의 ‘세계 국제관계 재편과 동북아 정세’라는 타이틀로 개최되었다.
러시아 측에서는 러시아 외교부 산하 모스크바국제관계대의 저명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이 행사에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한양대, 한국외대, 연세대, 세종대, 계명대, 원광대 등 다양한 대학교들과 연구소들의 유명 정치학자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 유라시아정책연구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한양대학교 아태지역 연구센터와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교, 한국 유라시아 정책연구원이 주한 러시아 대사관과 한러 비즈니스포럼, 한국 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한러 전문가 세미나는 양국의 전문가들이 최근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역내 및 세계 정세, 우크라이나 분쟁이 동북아 세력균형에 미치는 영향, 한러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향후 정세 발전에 대한 전망을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 환영사에서 이전에 주한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던 알렉산드르 파노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 교수는 이번 세미나가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적”이라면서 이번 회의 개최를 위해 주최 측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면서 다음번 학술회의는 모스크바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한국 측 전문가들을 만나 역내 정세와 양국 관계를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현택 한국 외대 교수 및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인들에게는 “서방이나 동양이나 비우호국이나 적대국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국제관계에서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번 회의가 복잡한 시기에 개최되고 있다”고 시인(是認)하면서 전문가들이 개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한러 양국의 역할과 입지, 그리고 미래 양국 관계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 교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는 최근 30년 이상 동안 축적된 한러 관계의 건설적인 “소양과 지식”을 유지하고 한국과 정치적 대화와 실제적인 분야에서 협력관계, 인도적 교류를 상호성의 조건에서 계속해 나가는 노선을 지속적으로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정세 발전을 전망하면서 유라시아에 러시아와 중국뿐이 아니라 이란, 터키,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기타 국가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동맹이 등장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전임 주북 러시아 대사였던 발레리 수히닌 모스크바국제관계대 교수는 최근 수년간의 사태를 논평하면서 한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세 가지 불행”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한러관계에 어려움을 유발하는 국제정세 격화, 남북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들었다. 또한 수히닌 교수는 전반적인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거센 압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자국의 동맹국과 파트너국가들에게 그들의 이해를 미국의 이해에 종속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이 국가들에 대한 태도를 거칠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리 수히닌 교수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분쟁 발생 장소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한반도 지역에 간접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반응보다 더 심한 반응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의 이해를 미국에 종속시키면서 미국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의 현재 입장은 냉전시대 취했던 것보다 더 강경하고 불타협적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국제관계대 막심 수치코프 국제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대립(對立)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제3국들의 태도와 입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안보(터키), 세계 에너지(사우디아라비아), 세계적 힘의 균형(인도) 분야의 정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심 구조가 제3국들의 입장과 중요한 행동에 따라 갈수록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분명한 태도로 미국 정치인들과 같이 행동할 것을 요구할 때 갈수록 더 그 요구와 행동이 단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제성훈 교수는 세계 체제와 양국 관계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전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새로운 체제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하며 그 새로운 위치에서 우리가 앞으로 협력을 이루어나갈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러 협력 지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으로 그는 자국 국방력 강화, 무역 경제 파트너 다각화, 공개적인 분쟁 회피 및 최대수의 행동 주최국들과 호혜적(互惠的) 관계 정립을 제안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한국의 최적 역할은 미국과의 소통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 및 중국과의 소통 가능성을 활용한 다양한 진영과 동맹들 간의 중재자, 또는 중개자 역할이라고 보았다. 그는 또한 러시아와 한국 간의 건설적인 대화 지속 및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리야 디야치코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동방학과 부교수는 한러관계 현황을 “더 나쁠 수도 있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면서 아직 남아있는 긍정적인 점들과 양국 협력 강화가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거론했다. 한러관계의 주요 정치적 자산을 그는 “양국관계에서 비교적 문제가 없이 무난함”이라면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는 근본적인 양국간 문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는 전반적으로 양국관계 밖의 문제이다. 한러 관계에는 이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데 미국의 불타협적인 입장과 한국이 어느 정도는 이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 뿐이다”라면서 한러 간의 양국 관계를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결정하지 않고 “양국 관계 동향과 한국과 러시아의 공통적인 지역에서 양국의 이해”가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국제관계대 동방학과 드미트리 스트렐초프 학과장은 러시아와 한국, 일본과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惡化)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회에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태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한국, 일본과의 유대 발전 잠재력 유지를 위해 “소프트 파워”라는 요인을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박지원 코트라 지역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한러 교역경제적 협력의 현저한 축소(縮小)가 일어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현 상황이 러시아 시장에 한국의 중소기업들과 제조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영업하기가 어렵고 여러 복잡한 요인들이 러시아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는 이전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없던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것은 거대한 규모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러 협력 계속을 위한 가능한 호혜적 분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글 올렉 키리야노프 서울특파원 | 로시스카야가제타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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